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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아비규환


단편집은 정말 오랜만입니다.그것도 장르소설로만 이루어진 단편집은 더더욱. 해서 처음 이 책의 존재들을 알았을 때 기뻤습니다. 장르문학에 관해선 협소하고 인색한 우리 출판 환경상 장르 단편 소설을 보기란 참으로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냥 단편도 아니고 장르 소설 계에선 이름난 작가의 단편들입니다. 장르 소설의 팬이라면 이 책 표지에 쓰여진 여기에 실린 작가들의 이름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스티븐 킹이야 뭐 우리나라에 벌써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었으니 예외로 치더라도 최근에야 작품들이 나오게 된, 그러니까 이전에는 정말 세계적인 유명세에 비해서는 가뭄에 콩 나듯 작품이 나왔던엘모어 레너드를 비롯하여 셜록의 제자 로 이제야 국내 팬에게 첫 선을 보인 메리 러셀 시리즈의 로리 킹 하며 필립 K 딕을 이은 펑크 SF의 대가 할란 엘리슨 거기다 종교 SF의 거장이라는 마이클 무어콕, 얼마전에 작고해서 장르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쥬라기 공원의 마이클 클레이튼, 거기다 아직 우리에게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아방가르드한 SF의 진수를 보여준 거장 캐럴 엠시월러(세상이 엠시월러의 작품이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것입니다.)까지 있으니 어찌 눈이 블링블링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장르 팬이라면 닥치고 손에 잡아야만 하는 책입니다. 이것은...이처럼 여러 작가의 작품이 실린 단편집의 성격이 궁금해졌을 때 그걸알아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 책에 실릴 작품을결정하고 모은 편집자가 누구인지 살펴보는 것입니다.그래서 때로는 편집자가 책 자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뢰할만하다고 정평이 난 편집자라면 그 이름 하나만이라도 사람들이 주머니를 열고 책을 구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이를테면 SF계에있어서 이름 높은편집자인 가드너 도조와 같은사람들 말이죠. 이 책의 편집자는 마이클 셰이본입니다. 국내에도 이미그의 작품이 소개되었으니우리에게 그리 무명의 작가는 아닙니다.퓰리처 상을 수상한 케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헙 과SF계의 양대산맥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네뷸러와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해서 더욱 유명해진 유대인 경찰연합 으로 이미 만나보신 분들도계실 것입니다. 무엇보다 케벌리어와 클레이의 놀라운 모험은 요람을 흔드는 손 으로 유명한 감독 커티스 헨슨에 의해 원더보이즈 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개봉까지 되었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죠.(유대인 경찰 연합 역시도 코엔 형제에 의해 영화화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뒤 소식을 모르겠네요.)바로 이 마이클 셰이본이이 책의 편집자입니다. 뭐,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편집했다고 해서 단편집의 읽을 가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 책만큼은 마이클 셰이본에 대한 신뢰에 대한 제 값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여기에 실린 모든 단편들이 읽기에 만족스런 맛을 준다는 것이죠.첫 작품 닉 혼비의 단편인 안 그러면 아비규환 부터 이미 시선을 빼앗기 시작합니다. 우연히 구입한 VCR이 사실은 비디오 테이프를 빨리 감는 게 아니라 TV의 화면을 빨리 감아서 미래의 소식을 보게 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시작되는 이 단편은 결국 주인공이 거기서 더 이상 나오지 않는 TV 화면을 통해 바로 6일 후에 지구에 종말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종말을 확실히 알게 된 지금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생각한다는 그런 작품입니다. 그렇게 첫 단편 닉 혼비의 작품이 단적으로 말해주듯이 여기엔 SF, 판타지, 호러, 느와르 등등 온갖 장르의 변종들이 다 들어찬 작품집입니다. 작품들마다 간직된 기상천외한 상상력들도 분명 눈길을 끌지만 그를 통해 이루어지는 인종주의과 같은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 예리한 삶에 대한 성찰이 더욱 깊은 맛을 줍니다. 확실히 마이클 셰이본의 편집은 재미와 깊이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마이클 셰이본이 이러한 단편집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그건 무엇보다 그 자신의 향수 때문입니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의 원서 표지는 한 펄프 매거진의 표지 그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펄프 매거진의 표지 그림을 사용한 것은 바로 그 펄프 매거진이라는 잡지들 자체가 마이클 셰이본으로 하여금 이러한 단편집을 만들게 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펄프 매거진들은 그때까지만해도 정통 문학이라 취급받지 못했던 그래서 이류니, 삼류니불리곤했던 장르 소설들을 유일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통로였습니다. 사실 플레이보이지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커트 보네것을 비롯하여유명했던 많은 SF 작가들을 만나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펄프 매거진들은 호러와 SF그리고 판타지의 보고와도 같았고 그래서 스티븐 킹을 비롯하여 오늘날 장르소설의 대가들은 어린 시절 그 잡지들을 통해 작품들을 만나면서 작가로서의 꿈을가지고 키울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건 마이클 셰이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장르 소설의 단편들을 볼 수 있는 잡지가 사라졌습니다. 호러와 판타지 그리고 SF의 기반이 되었던 그리고 어린시절의 마이클 셰이본을 더 없이 흥분시키고 꿈꾸게 하였던 보물창고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셰이본은 그 사실이 무엇보다 안타까웠고 작가로서의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 준 그 기반을, 그 보물창고를 다시 한 번세우고 싶어졌습니다. 그것도 간절히. 그래서 그 염원으로 안 그러면 아비규환 이 여러 우여곡절 끝에세상에 태어난 것입니다.말하자면 안 그러면 아비규환 은 그러한 염원의 산물이요 집요의 수확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실린 단편들이 하나 같이 독서의 쾌감을 준다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다시금 그 기반의 도래를 염원하며 신중하게 고른 것을일테니 말이죠. 길어지는 가을밤을 이 다시금 좋은 옛날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열정적인 편집자의 꿈과 함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 뒷 표지에는 진정한 이야기꾼들의 완벽한 콜렉션 이란 말이 적혀 있는데 누구의 창작인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장르소설의 팬이라면 이것이 사실임을 느낄 수 있으실 것입니다.
영미권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작정하고 쓴 ‘장르’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작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문체와 문학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공포’라는 주제 외엔 공통점이 없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이 책은 마치 장르소설의 모든 유형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요란한 진열장처럼 보인다.

닉 혼비, 스티븐 킹, 닐 게이먼, 마이클 크라이튼, 데이브 에거스…… 이름만 들어도 호기심이 동하는 영미권을 대표하는 스타 작가 20인이 ‘오싹한 이야기Thrilling Tales’를 테마로 썼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마이클 셰이본이 저자 섭외부터 디자인 콘셉트까지 책의 기획을 총괄해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잊히고만 단편소설의 초기 장르를 부활시키고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단편을 쓰던 전통을 복구하는 것 을 목표로 출발한 이 소설집에는, 20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시각으로 바라본 두려움의 근원,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공포의 본질에 대한 성찰 등이 담겨 있다.


닉 혼비… 안 그러면 아비규환
엘모어 레너드… 카를로스 웹스터가 칼로 이름을 바꾸고 오클라호마의 유명 보안관이 된 저간의 사정
댄 숀… 벌
닐 게이먼… 폐점시간
데이브 에거스…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다
셔먼 알렉시… 고스트 댄스
스티븐 킹… 그레이 딕 이야기
캐럴 엠시윌러… 사령관
마이클 무어콕… 나치 카나리아 사건;명탐정 시턴 베그 경 시리즈
마이클 크라이튼… 핏물이 빠지지 않는다
글렌 데이비드 골드… 스퀀크의 눈물, 다음에 일어난 일
릭 무디… 앨버틴 노트
크리스 오퍼트… 척의 버킷
에이미 벤더… 소금후추통 살인사건
할란 엘리슨… 다들 안녕이다
켈리 링크… 고양이가죽
짐 셰퍼드… 테드퍼드와 메갈로돈
로리 킹… 어둠을 잣다
커렌 조이 파울러… 개인 소유 무덤 9호
마이클 셰이본… 화성에서 온 요원;행성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