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헤치고」에서 반해버린 작가라 바로 다음 번역서를 읽어봤습니다. 두 권을 3일만에 읽은 것 같네요. 아이리스 머독은 시대의 지성으로 불리우며 철학을 공부했다면서, 실제 인간사에도 어찌나 정통하신지 철학적?사상적 주제 의식을 제외하고 단순히 "이야기" 로만 읽어도 매우 재미가 있는 줄거리입니다. 2권은 빨리 내용을 알고 싶어서 잠도 물리쳐 가며 읽었어요. 「그물을 헤치고」처럼 남성 일인칭 화자의 시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타인과의 대화보다 사적인 독서가 자아를 진정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실제의 대화는 좀더 타인 쪽을 향하고 좀 더 공동의 것인데, 독서는 철저히 자아와 대면하는 행위인 것 같습니다. 내용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선입견 없이 처음부터 읽어나가다 보면, 쓴이의 자기중심적 사고에 점점 놀라게 되다가, 점차 익숙해지기까지 하는 시점이 옵니다. 그러고는 생각했어요. 아, 나는 진정 에고이스트가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구나. 찰스가 펼쳐보이는 진정한 에고이즘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자기본위적 사고란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가 알게 됩니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데, 욕망에 있어서 나는 찰스와 같이 철저히 에고이스틱하지도 않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았어요. 한때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가 하는 소리도 들었었고 개인적인 암흑기에는 정말 그럴 만큼 폐쇄적이였던 사람이지만, 그런 시기를 제외하면 나는 무엇보다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의 사고와 타인의 행위를 굴절시키는, 그런 찰스 류의 사람이 될래야 될 수가 없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물을 헤치고」에서 룸펜이였던 남자주인공의 독백을 들으면서 제이크가 비록 나태한 인간이지만 유머러스하게도 매우 선하디 선한 인간임을 느꼈다면, 찰스라는 인물은 사회적인 야망도 있고 철저하게 움직이는 계획적인 남자이지만 결코 선하다고 볼 수 없는 인간이지요. 이런저런 사건을 통해 주인공이 자아를 깨닫고 다른 사람들을 진정 보고 듣는 것 같지만, 말미에서 찰스는 여전히 말합니다. 인간은 누구도 성자가 아니며 자신은 별난 것도 아니라고. 누구나 타인을 (다소간)멸시하고 그것은 인격의 자양분이라고(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 사실을 얼마나 자주 의식하십니까? 나는 이 사실을 의식하는 순간이 하루 중 얼마나 있는지, 꽤 정확히 알고 있어요). 그는 변화하지 못할 것임도 암시되어요.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릅니다. 내 안의 시기와 질투, 욕망과 이기심을 나는 매번 또렷하게 인지합니다. 그것은 내 기분을 상하게 하고, 어떤 성스러운 지향점 같은 것이 있어 그 쪽으로 가려는 나를 방해합니다. 나는 여전히 습관처럼 타인을 멸시합니다. 그러나 나는 항상 그런 나를 제지하고 그것은 점점 더 효과가 있어요. 점점 더 나는 다른 사람들을 진정 무시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어쩌면 나는 원래 그런 인간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을 무시하곤 하는 자아가 스스로에게 고통이 아닌 사람들도 있으리라 봅니다. 찰스 역시 마지막까지 진정 변하지 않은 걸로 보이는데요.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성자가 될 수 없다는 찰스의 말은 일생 동안 탐구를 계속해 온 머독의 의견이였는지? 나는 인간이 성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답고도 위험한 바다를 무대로
연극처럼 펼쳐지는 삶의 환상과 거짓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 아이리스 머독에게 부커 상을 가져다 준 작품이다. 그가 철학적으로 탐구했던 주제의식이 최고점에 달한 소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실적인 인물을 등장시켜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생생함을 잃지 않는 작품이다. 바다의 다채로운 모습과 인간의 복잡다단한 삶, 예술을 통한 선의 추구와 종교를 통한 선의 추구, 마술적 힘과 속임수의 대비 등을 통해 견고하고 밀도 높은 서사를 구사하여 비극적 상황과 희극적 진실을 조화시킨다.
찰스 애로비는 런던의 잘나가는 연극 연출가이지만 배우들 위헤 철저히 군림하고 여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냉혹하고 이기적인 남자다. 돌연 은퇴 후 한 바닷가 시골 마을에서 지내는 그는 자기중심적이었던 지난날을 반성하고 회고록을 남기기로 한다. 어린 시절 영문도 모른 채 떠나보낸 첫사랑 하틀리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던 그는 뜻밖의 순간에 하틀리와 맞닥뜨린다. 너무 초라해진 하틀리의 모습을 보며 찰스는 불행한 결혼 생활로부터 그를 구해 내어 다시 예전처럼 서로 사랑하고 함께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시작하는데…….
역사(4-6)
역사, 그 후의 이야기 - 인생은 계속된다
작품 해설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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