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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오아시스 지구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아파트는 낯선 것이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5층 미만이었고, 이따금 긴장감을 조성하는 연탄이 겨울철 추위를 이기는 데 도움을 주는 연료로 사용됐다. 하지만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지대가 제법 높은 곳까지 꽉 들어찬 아파트는 도시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높은 곳에 올라가 이를 내려다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없어 고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한 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하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는지는 알 길 없다. 그러잖아도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살던 우리는 느림에 대해 더욱 못 견디는 성격을 소유하게 됐다. 인터넷 속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하고, 휴대폰도 3G는 너무 느려 못 쓰겠다는 말이 나올 듯하다.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런지 만족이 쉽지 않다. 예전 같았으면 가난했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 덕에 행복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사실에 한숨짓는 이들이 많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비관적인 점을 꼽으라면 인류에게 허락된 미래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eaarth. 처음 보는 단어일 것이다. 익히 알고 있는 지구(earth)와 흡사하긴 한데 ‘a 가 하나 더 들어간 것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다. 저자는 이 단어를 과거와 달라진 현재의 지구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했다. 변화가 더디고 인류의 입장에서는 덜 진보했다 여겼던 과거에 우리가 살아가던 터전이 지구였다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지구 아닌 ’지구우‘ 즈음 된다고 본 것이다. 무엇이 그리도 많이 달라졌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이미 우리 자신이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일례로 올 여름은 참으로 더웠다. 폭염으로 인해 숨진 이들도 제법 여럿이다. 이미 몇 해 전부터 프랑스 등의 유럽에서 발생했던 일이기도 한데, 앞으로 매해 점점 더 여름은 더워질 전망이라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미국의 경우 토네이도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갔으며,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강도의 대지진과 홍수가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 끔찍한 뎅기열이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저개발 국가를 휩쓸고 있기도 하다. 지구가 이토록 가혹하게 변화하는 데 가장 큰 힘을 발휘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얼마나 많은 석탄 석유 에너지를 사용해가며 환경을 오염시켜 왔으며,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생산성을 획득하고자 안간힘을 썼던가! 모든 것은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마련이어서 인류는 성장을 위해 우리 자신의 미래를 버려야만 했다. 많이 늦기는 했지만 대안적인 에너지를 발견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분명 존재한다. 일부는 전혀 대안이라 할 수 없는 핵에너지에 의존해 보려 안간힘을 쓰고도 있는데, 건설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핵에너지가 대안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대안 에너지의 발견 못지않게 인류가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삶’ 그 자체의 변화지 싶다. 영화 모던 타임즈로 대표되던 소품종 대량 생산의 시대는 갔다. 계속되는 자연재해로부터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확보가 절실한데, 지금처럼 단일 품종 재배에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과거에 했던 것처럼 다양한 작물을 돌려가며 심는 것이 토양에는 오히려 더 이득이다. 기계 아닌 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어느 세월에 필요한 만큼의 식량을 얻겠느냐며 처음에는 아우성이겠지만 생산성은 기대 이상으로 높다. 뿐만 아니다. 이제까지는 한 명이 거대한 농토를 소유하고 농사를 짓는 대신 다른 이들은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면, 이젠 농사에 투입되어야 하는 인원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극심한 실업의 문제는 해결 가능해진다.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은 곧 축복이다. 단위는 점점 작아질 것이며, 지역의 힘이 강해지게 된다. 무너졌던 공동체의 회복 역시 그 과정에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자연스레 이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생존의 길이기 때문이다. 두어 세대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인류는 함께 하는 법을 잊길 강요 받아왔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삶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저자는 인터넷의 급성장을 희망적인 요소로 언급했다. 아직은 서툰 관계맺음을 인터넷을 통해 해소할 수 있으리라 예측한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될 수도 있겠고,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특정 지역만의 소통 공간을 인터넷에 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함께할 공간을 꾸렸다면 이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구를 되살리기 위한 실천을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다만 함께 해나간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더는 미룰 수 없는 만큼 절박한 심정을 갖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었다. 이상한 별 ‘지구우’가 아닌 아름다운 별 ‘지구’에 살기 위해서 우리는 움직여야만 한다고.
세계적인 환경저널리스트, 국제환경운동가 빌 매키번이 다양한 시공간과 학문의 영역을 넘나들며 진단한 긴급 지구환경보고서. 갑자기 녹고, 마르고, 산성화되고, 범람하고, 불타고 있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구환경문제를 가장 현실적이며 가장 예리하게 분석해낸 빌 매키번은 폭넓은 연구와 급변하는 지구환경보고를 동원해 기후 변화로 닥쳐올 지구의 풍경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옛 지구는 이전에 누구도 본 적 없는 나쁜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옛 모습이 일부 남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새로운 행성으로 변해버렸다. 이 새로운 행성이 바로 ‘ Eaarth’이다. 갈수록 뜨거워지고 추워지고 습해지는 환경을 피할 길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파괴된 행성 ‘Eaarth’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금 무슨 일을 시작해야 할까? 기후변화로 균형을 잃고 위험에 노출된 지구의 모습을 날카롭게 꿰뚫은 통찰과 신뢰할 수 있는 분석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우리가 지금 취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우주의 오아시스, 지구 는 앞으로 수년 동안 가장 중요한 환경서로 손꼽힐 것이다.


서문 | 우리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

1 새로운 세계
빙하가 보이지 않는 북극
빙하 덕분에 살아온 사람들
과연 손주들만의 위협일가?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한 현실
막을 수 없는 연쇄작용
식량 위기부터 시작되다
이제 거대 유전은 없다
명료하기만 한 증상목록
허파가 아니라 굴뚝이 된 정글

2 하강하는 지구
토머스 프리드먼의 거창한 제안
여전히 막강한 석유 에너지
대안이 될 수 없는 핵발전소
인프라 복구와 비용 문제
보험 혜택마저 불가능해지다
방글라데시의 뎅기열 유행
피해는 가난한 곳부터 시작된다
얽히고설킨 국제적 이해관계
환경 재앙과 국제분쟁의 사관성
피크 경제성장을 앞두고
성장의 종말
멈출 수 없는 성장 기계
언젠가는 하강한다

3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자꾸만 팽창하는 마법
작은 것을 지켰던 초기 미국
성장과 권력에 대한 열망
작아진 목표와 거대한 정부만 남다
무엇을 가장 지키고 싶은가
버몬트 주의 특별한 힘
우선 되어야 할 지역경제
파머스 다이너 식당의 철학
다양한 작은 것의 예들
초점을 본질적인 것에 맞추라

4 가볍게, 신중하게, 품위 있게
연타로 발생하는 식품산업의 문제점
소신 있는 유기농 식품업체
농업은 낮은 단계의 경제가 아니다
더 큰 효율을 발휘하는 소규모 농업
세상이 식단을 바꾼다면 가능하다
농경의 전환을 이루기 위하여
결국 지역 식품을 지향해야
화석연료와 멀어지기
풍력터빈과 태양열 전지
미들베리 칼리지의 나무 발전소
인터넷의 친환경적 가치
인터넷으로 이웃 되는 법
인터넷, 해방을 위한 문화
1,400개의 감동

후기 | 우리는 나서기 시작했는데, 당신은?
감사의 글
옮긴이의 말 | 그래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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