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종교에 관심이 많을까. 중학교 2학년때(사실은 유치원-어린이집-때 일요일인데도 가는 날이라며 우겨서 우연히 주일학교 예배시간에 들어가는 바람에, 왜냐하면 교회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었으니,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언덕위에 있는 동성교회-나중에 이 교회는 목사가 청년들과 싸우고 이름을 바꿔버렸다-에서 시작된 개신교의 가르침이 무신론에 공감하는 아직까지도 몸에 배어있다. 동성교회 아래 교차로를 지나갈 때마다 그 높은 언덕위의 예배당을 둘러싼 담쌓기에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던 고등학교 때와 매주 토요일 들러 청소하던 기억이 난다- 중고등부를 시작으로 대학에 들어간후 다녔던 성광교회, 그리고 KSCF활동까지..KSCF를 함께했던 명희는 몇년전부터 아주 독실한 크리스천이 되었다. 명희 엄마의 그 솔직담백하면서 감동적인 기도도 생각난다.
나를 둘러싼, 그리고 내가 선택했던 많은 기독교와 관련한 추억에도 불구하고 중학생일 때 부터 교회에 그렇게 열심히 다니는 동안에도 항상 나는 기독교 신앙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제발 믿게 해달라고 성령을 보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으나 부흥회에서 잘도 내리는 성령이, 그 비둘기 같은 성령이 내게는 오지 않았다. 열등감과 조바심도 생겼지만 선천적으로 느긋했기에 버텼다. 믿는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냥 그래 믿어보자, 맞겠지하며 믿는 것 같았다.
대학에 들어가고나서 시작된, 특히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알게된 버틀란드 러셀과 맑스의 주장 등 다양한 이론과 성경을 읽고 종교사회학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도 진짜 신앙이라는게 무엇인지 그게 가능하긴한지 알아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남들은 덜컥 그냥 믿어지는 게 왜 내게는 그렇지 않은지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후에도 코란도 읽어보고 종교와 관련한 책들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고민해오는 동안 항상 죄의식이 내게 있음을 인식했다. 신이 있다는데 난 믿기지 않으니 왜 나만 이럴까하는, 혼자 구원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일 수 있다는 열등감도 함께였다. 그러다 몇년전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나서 비로서 확신있는 무신론자-회의론이 바탕에 깔린-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괜한 두려움이나 걱정없이 그냥 나자신에게 더 만족하게 되었다. 그래도 종교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었다. 왜 아직도 저 많은 사람들이 저런 종교의 주장에 맞춰 자신을 죄인의 위치에 놓는지 안타깝기도 했다.
이제 종교없이 훨씬더 행복해진 나와 달리, 종교를 통해 혹시 있을지모를 사후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구원확률을 높이는 방법으로 "여러 종교를 믿고 그들이 제시하는 구원받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에 맞추어 살아간 기록이 여기 위르겐 슈미더의 구원확률높이기 프로젝트다. 위르겐 하버마스와 아무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일단은 친근한 이름이다.
카톨릭 부모에게서 태어나 소위 모태신앙인 저자의 종교에 대한 탐험기록을 따라가는 이 책 읽기는 참 재미있다. 잘난척하며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궁금한, 알아보고 싶은 것들을 자못 진지하면서도 기대에 찬 눈으로 즐겁게 경험하는 위르겐 슈미더. 이전에도 40일간 거짓말 안하고 살기를 실천해보고 책을 썼던 그가 종교에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신에게 잘보이고 싶다"는 희망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사후세계가 있다면 천국에 가고 싶다는 바람을 안고 종교에 대한 여정을 시작한다. 스스로 불가지론자라 하는 그는 파스칼의 내기를 인용하며 그래도 혹시 있을지로 모를 신의 존재에 대비하기로 한다. 그리고 범신앙론자가 되기로 한다. 왜냐하면 어느 종교도 다른 종교보다 낫다고 볼 수 없고 혹시 한 종교만 믿었다가 다른 종교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기 때문이다.
위르겐 슈미더는 곳곳에서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비판을 감추지 않는다. 그가 보기에 "도킨스는 자신의 근본주의를 학문과 중립성이라는 가면 뒤에 숨겼다". 기본적으로 종교라는, 신의 존재에 대해, 그리고 신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착한 위르겐 하버마스가 보기에 종교라는 존재 자체를 비판하는 도킨스의 주장은 그 래디컬한 성향이 근본주의와 마찬가지다. 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종교라는게 어차피 인간이 안식을 얻고자 만들어낸 일종의 자기최면 같은 것이라 보지만, 위르겐 슈미더의 책을 보면서 다시한번 아무리 옳은-그게 제아무리 도킨스라 할지라도- 주장이라도 그것을 도그마로 붙잡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되뇌었다. 도킨스처럼 내게 큰 기쁨과 평안을 준 글과 주장조차 내가 거기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순간 또다른 종교가 될테니. 이건 특히 애플과 그 제품들을 일종의 신성시하는 것에 대한 이 책속의 한 장을 보면서 다시 깨달은 것이다. 아, 그리고 "무신론자들 역시 "하나의 믿음 단체"로 봐도 무리가 아니"라니, 이것도 어쩌면 무신론이 그 자체로 또다른 종교의 지위를 누릴지도 모르는 위험성에 대한 착한 경고다. 대학때 유물론을 하나의 종교처럼 떠받들면서 툭하면 "M선생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는 전도사투의 말을 읊조리던 친구도 생각난다.
저자를 따라 다양한 종교의 면면을 살펴본다. 기독교와 이슬람을 지나 도교와 유교도 맛보고 힌두교, 자이나교에 이어 유대교, 사이언톨로지까지. 그 종교의 경전을 읽고 종교인을 만나고 그 종교에서 권하는 대로 진지하게 살아보는 저자를 단순히 호기심때문에 기웃대는 종교쇼핑객으로 보긴 힘들다.
이책으로 그동안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정확히 실체를 알기 힘들었던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지식을 얻게되어 기쁘다. 내게는 우리나라에도 꽤많은 일종의 신흥종교 같은 이미지로 남게되었다. 10년전 미국에서 대도시 주택가에 자리잡은 사이언톨로지교회를 보면서 한 번 들어가 "도대체 당신들이 믿는게 뭐요"물어보고 싶었지만 혼자라 좀 무서워서 못 갔던 것을 10년만에 책으로 호기심을 채웠달까.
저자는 이렇게 자신이 범신앙론자로서, 신앙을 갖고 사는 사람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 세상에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다. 그러므로 이 세상 너머에도 분명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아주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자가 참 착한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그는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아내들이 부러할만큼 부인을 사랑하고 고마워한다. 심지어는 얼마나 부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지 이지 도그 펄스 라는 원격훈련기기를 사냥개용품점에서 주문하여 송신기를 부인에게 준다. 자기가 "나쁜 말, 이기적인 말, 혹은 거만한 말을 할 때마다 경보음을 보내줘. 그리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 진동을 보내서 경고해야 해"라고 말하면 전기충격까지 받는다. 이렇게 사람을 신뢰하고 믿는 사람이니 종교도 믿는 것인가.
아, 그리고 의외로 꼭 종교가 테러의 주범은 아니라며 변명해준다. "1998년에서 2001년까지 발생한 테러 중에서 종교적 과격주의자가 일으킨 테러는 8퍼센트 뿐"이며 "종교가 없는 사회라도 테러의 92퍼센트는 여전히 벌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인간이라는 종의 문제인가.
참 재미있게 잘쓰는 솜씨도 뛰어나다.
오자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좋다.
엉뚱하고 발랄하고 유쾌한 종교체험 이야기
저자 위르겐 슈미더는 삶의 행복지수를 높여보고자 다소 엉뚱하고도 독특한 모험을 감행했다. 이름하여 ‘구원 확률 높이기 프로젝트’. 한 종교만 믿을 것이 아니라 되도록 여러 종교를 믿고 그들이 제시하는 올바른 삶을 살도록 노력하여 구원받을 확률을 높이는 프로젝트다. 평소 호기심이 발동하면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인지라, 몇 년 전 ‘40일간 거짓말하지 않기 프로젝트’를 벌였던 그가 이번 프로젝트에는 4년 넘게 공을 들였다. 그리고 상상초월에 대략난감한 그 과정과 놀라운 결론을 책에 담았다.
슈미더는 우선 어떤 종교를 막론하고 자신이 너무나 무지했음을 깨닫고 공부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각 종교의 경전을 비롯해 종교서적 150권과 종교영화 DVD 100편을 사는 일부터 시작한다. 4년여 동안 이어진 종교 프로젝트에서 슈미더는 다양한 종교의 성물들로 자신만의 기도 공간 꾸미기, 필리핀 교회에서 귀신 쫓는 의식 관찰하기, 사이언톨로지의 경전을 비롯해 여러 경전을 끼고 기차나 비행기를 타고서 사람들의 종교적 편견 테스트하기, 전면 결항으로 아수라장이 된 국제공항 로비에서 태연스레 명상하기 등 다양한 과제들을 구행한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키득키득 웃는 가운데 종교와 영성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에 공감하며 밑줄 긋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
1장. 나는 신에게 잘 보이고 싶다!
2장. 신은 누구인가? 그리고 몇 명이나 되나?
3장. ‘구원 확률 높이기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운동
4장. 잃어버린 천국
5장. 무(無)와의 조화
6장. 종교의 유통기한
7장. 고난의 고해성사
8장. 태양은 조금, 물은 많이
9장. 알라시여, 다행히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10장. 신의 말씀
11장. 신성한 사과
12장. 손에 쥔 카드대로 살라!
13장. 남몰래 몽땅 기부하기
14장. 안녕하세요, 저는 신흥종교 교주입니다
15장. 여유와 평온
16장. 아주 사사로운 종교 포스터 제작 도전기
17장. 범신앙론자의 법도대로 살기
18장. 프로젝트 결산 보고
19장. 위르겐의 신앙고백
맺는 말 그리고 감사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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