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북스피어.작가 마쓰모토 세이초나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들어봤을지도 모르지만, 장르 소설에 관심이 없다면 잘 알지 못할 이 소규모 출판사는 색다른 이벤트를 벌이는 걸로 꽤 유명하다. 미스터리 책의 반전 부분을 봉하고 출간하며 결말이 궁금하지 않다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고, 독자 가운데 지원자를 뽑아 원고 교정과 창고 정리를 시키고, 신간을 내며 음악 CD를 제작하고, 원기옥 이벤트라는 명칭 아래 독자 펀드를 모아 책의 마케팅 비용을 댄 후 다시 돌려주는 등, 내가 기억하는 이벤트만 해도 여러 가지다. 그런 출판사 북스피어의 대표이자 편집자인 저자가 북스피어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출판사를 경영하고 책을 발간하며 겪었던 일과 그 과정에서 느낀 점, 그리고 우리나라 출판계에 관해 쓴 글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주간경향>이나 <기획회의> 등 몇몇 책자나 온라인에 실렸던 기존의 칼럼과 블로그 속 글을 정리하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어크로스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였다.처음 제목을 보곤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책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책과 출판사, 책의 출판 과정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제목도 그렇고, 표지에 야매 출판인이라고 자신을 칭한 호칭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문체는 자유롭고 유쾌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10년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어떻게 그 힘들다는 출판계에서 버텨내고 있는지에 관한 저자의 속내가 느껴졌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지금까지 책을 출간하며 저자가 벌인 다양한 마케팅에 관해, 2장은 독자들은 모를 출판계의 속사정과 책의 출판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3장에서는 사람들에게 대접받지 못하는 장르문학과 일본의 추리 소설 작가들에 대한 약간의 소개가, 그리고 마지막 4장에서는 저자가 출판계에 종사하며 느낀 점, 선인세와 베스트셀러 마케팅을 둘러싼 문제점과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풍토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을 둘러싸고 대형 출판사들이 선인세 경쟁을 벌였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지만, 에이전시가 경쟁을 부추긴다든지, 일본처럼 암묵적인 불문율도 없이 선인세 경쟁을 벌이며 국제 출판시장의 호구로 전락한 한국 출판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안타까웠다.글은 가볍게 읽히지만, 내용은 진지하고 무겁다. 이 책이 출간된 것이 2015년이니 벌써 4년 전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된 우리나라 출판 시장과 독서 문화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인가, 돈이나 성공을 좇아 베스트셀러를 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책을 출간하며 ‘재미’를 따르겠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힘든 출판계의 현실에 좌절하거나 기죽지 않고, 그 속에서 재미를 찾아 즐기려는 저자처럼 우리도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보면 어떨까? 내일은 어떤 재미있는 일을 해볼까, 이런 생각만으로 우리의 일상 역시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광고할 자본도 없고 직원은 세 명뿐,
그러나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간다!
출판 마케팅의 역사를 새로 쓰며 10년을 버틴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의 ‘야매로 살아남기’
출간비용 마련을 위한 ‘독자 북펀딩’, 이웃 출판사와의 공동 출간, 자체 제작 장르문학 소식지 발행까지. 독특한 마케팅 실험과 독자들과의 연대로 주목받아온 북스피어 출판사의 김홍민 대표가 10년간의 출판 시장 횡단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독자들이 나서서 본문 교정을 보고, 책 박스 포장이나 도서전 판매를 돕는가 하면, 쌈짓돈을 털어 신간 홍보비용까지 펀딩해주는 ‘사랑받는’ 출판사 북스피어. 그 인기의 비결은 책 본문에 깨알 같은 글씨로 암호를 숨겨놓거나 재미가 없으면 책값을 돌려주겠다며 미스터리 소설의 반전 부분을 묶어놓는 등, 책과 ‘놀이’를 연결하여 독자를 끌어들이는 재기발랄한 마케팅에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를 모토로 책과 독자의 재미난 만남을 주선해온 지난 10년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다양한 이벤트의 전말, 제목 짓기부터 판권 인쇄까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출판의 속살, 흥미롭고 매력적인 장르문학 이야기까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즐겁게 읽어나갈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자본도 인력도 부족한 작은 출판사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 이야기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판을 만들어보려는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지혜를 선사할 것이다.
프롤로그 | 앞으로도 쭉 이러고 살겠다는 다짐
1 ‘그거’보다 재밌게
- 책을 핑계로 잘 노는 법
1 혁명은 재미있어야 한다
2 결말이 궁금하지 않다면 책값 돌려드립니다
3 버려지는 띠지에 숨겨놓은 것
4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 주었던 깨달음
5 [마포 김 사장의 치명적 매력] 프로젝트의 전말
6 제정신을 내려놓고 책 읽는 사진을 찍어보자
7 다시 생각해도 기특한 공동 출간 프로젝트
8 야매 장르문학 소식지의 탄생
9 북스피어 독자 잔혹사
10 오밤중에 보물찾기
11 하루키 작가가 준 아이디어
12 나는 어쩌다가 이런 바보 같은 걸 만들게 되었나
13 와우북페스티벌에 임하는 자세
14 독자들이 빌려준 5000만 원
15 서점 안에 갇히다니, 꿈이 이뤄진 것 같겠다
16 ‘그거보다 재밌다’에 관한 변명
17 내 인생의 한마디
야매 리포트 1 야매 마케팅의 기원 - 북스피어의 경우
2 독자일 때는 몰랐던 것들
- 몰라도 상관없는 업자의 고민
18 편집자는 대체 뭘 하는 사람인가
19 ‘다짜고짜’ 투고는 옳지 않다
20 일본 유명 작가의 원고 마감 잔혹사
21 마감에 임하는 필자들의 태도
22 표지는 일단 눈에 띄는 것이 제일이지만
23 제목 짓기의 어려움
24 갈리아 전쟁기 가 보여준 기획력
25 공모전을 노리는 분들께 드리는 팁 1
26 공모전을 노리는 분들께 드리는 팁 2
27 공모전을 노리는 분들께 드리는 팁 3
28 어렵도다, 한글 맞춤법이여
29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왜 4의 배수일까
30 대관절 파본은 왜 만들어진단 말인가
31 판권 페이지에 관하여
야매 리포트 2 우리는 좀 더 소심해져야 한다 -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인터뷰
3 어쨌거나 내 취향대로
- 마포 김 사장의 장르문학 탐방
32 잘못은 우리 줏대에 있어
33 터무니없는 책들을 좀 더 부지런히 읽어왔더라면
34 라이트노벨에 주목해야하는 이유
35 SF는 공상과학소설인가
36 철학 천재가 감탄한 책
37 같은 책을 두 번 사지 말라는 배려
38 무엇을 써도 걸작을 만들어내는 터무니없는 작가
39 가족 환상이라는 벽을 깨고 싶었다
40 하루키 작가도 반한 ‘챈들러 스타일’
41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괴이한 미스터리의 대가
42 누가 사람들이 신문을 안 읽는다 했나
43 판타지의 제왕을 만나러 가는 길
44 왜 한국의 추리소설이 발전해야 하는가
야매 리포트 3 쓰는 것 자체가 즐겁다 - 미야베 미유키 작가 인터뷰
4 그러나 페어플레이 할 것
- 치사해지지 말자고 쓰는 이야기
45 아아 사람들아, 책 좀 사라
46 ‘막돼먹은’ 출판사가 어딘가 하나쯤 있어도
47 자기계발과 오리발
48 역지사지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49 사재기는 ‘승부 조작’이다
50 취향과 베스트셀러
51 책도 안 팔리는 마당에
52 어디까지나 나는 그저 섭섭했을 뿐이다
53 ‘서점의 불황시대’에 각광받는 책방들
야매 리포트 4 매출 올리는 데 연연하지 마라 - 열린책들 온마담 인터뷰
에필로그 | 출판을 그만 두면
참고문헌
지면에 게재된 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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